몇몇 유치원에 부모교육 컨설팅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유아부모들을 상대하는 선생님들의 고충을 듣게 되지요. 소위 '진상'부모들 이야기가 빠질 리 없구요. 듣다보면 샘들 참 힘들겠다 싶어요. 교사들인데 아이들 '교육'보다는 부모 대상 '감정노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듯합니다. 컨설팅 하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선생님들께 더 감정이입이 잘 됩니다.  내 자녀들이 이미 커버린터라 올챙이적 생각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래 펌글에 따르면, 본능대로 자녀를 사랑하면 진상부모대열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 글을 쓰신 서천석 선생님 말대로 '깊고 지혜로운 사랑'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두,,,어떻게! 무려 '본능'을 누르냐고요 ㅠㅠ 애초에 이럴줄 알았으면 과연 부모될 엄두를 낼 수나 있었을까요?  

*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는 꽃친 새글! 앞으로는 주기가 좀 더 짧아질 것 같습니다.이 블로그가 일방통행으로 굳어버릴까 걱정됩니다. 눈팅도 감사하지만 격려성 댓글은 더욱 애정하겠습니다.흐흐. 방명록도 있어요. 인사 남겨주시면 이 블로그가 더욱 훈훈해지겠지요. *


<본능을 누르고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 --  서천석(소아정신과의사) 

얼마 전 한 분이 아이의 유치원 문제로 상의를 해왔다. 아이가 유치원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 친구가 자기를 놀이에 껴주지 않고, 자기가 그 친구와 함께 놀려고 다가가면 그 친구는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 분하기도 하고, 조금 창피한 기분도 들 것이다.  부모도 아이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났다. 의도적으로 배제하다니, 이것은 왕따가 아닌가? 그래서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친구 문제로 속상해서 유치원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그 친구가 우리 아이를 왕따시키고 있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유치원 교사는 놀라며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1주일. 교사가 부모에게 전화를 했다. 그 아이가 왕따를 시킨다고 볼 수는 없고, 그냥 다른 아이들이랑 더 친하다보니 이 아이와는 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둘이 친해질 수 있도록 지도해 보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다. 속도 상하다. 그 아이는 왜 우리 아이랑 안 노는 것이지? 얄미운 마음도 든다. 혹시 선생님이 너무 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다음 날 유치원에 가는 아이를 따라 나선다. 선생님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상대방 아이 부모에게도 아이 교육을 제대로 시켜달라고 각별히 당부한다. 엄마가 흥분해 항의하니 다들 엄마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준다. 역시 말하기 잘했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도운 것만 같다. 행복한 결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적잖은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이렇다. 아이에게 생긴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해주려 한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까지야 얼마든지 좋다. 그런데 그 감정의 원인까지 부모가 나서서 해결하려면 아이에게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에게 감정이 생긴 이유를 자기가 다뤄야 한다. 아직 힘이 부족해 다 해결해 낼 수는 없지만 자기 스스로 다루는 경험을 해야 아이가 성장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끼리도 사이가 나쁠 수 있다. 서운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런 서운한 마음은 인간 관계의 흔한 모습이다. 서운한 마음을 느끼고, 스스로 생각해 보고, 다른 방법도 써 보고, 다른 친구랑 친하게도 지내려 해보고 자기가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나서서 아이들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면 아이는 모든 문제를 부모에게 의존한다. 몸은 성장하지만 마음은 자라지 않는다. 관계의 기술이 늘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 늘지 않으니 부모는 계속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가 피곤하다. 아이에게 반응해주기가 지친다.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장기간에 걸쳐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막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설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일부 부모는 아이가 당한 일에 자기 감정을 투사한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인간관계에서의 서운함을 아이 문제를 보며 떠올린다. 그래서 흥분하고 억울해 한다. 내 문제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지만 아이만큼은, 아이 문제만큼은 제대로 처리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런 부모들이 너무 흔하다. 아이보다 더 억울하고, 아이보다 더 흥분한 부모를 보는 일이 너무 흔하다. 아이는 사라지고 부모의 감정만 남는다면 아이는 그런 부모의 감정에 휘둘릴 뿐이다. 세상이 너무 거칠게 느껴진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의 말을 듣고도, 아이의 괴로움을 보며 견뎌줄 수 있다면 좋은 부모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손이 나가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다. 아이의 슬픔을 보면 부모가 더 괴롭다. 괴로워서 얼른 그 슬픔을 끝내고 싶다. 그 본능을 누르며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로 아이를 마음 깊은 곳에서 믿고 있어야 기다려줄 수 있다. 깊고 지혜로운 사랑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1. 바다 2015.07.29 11:31 신고

    아이를 키우는 일 정말 나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되는 일인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바다 2015.07.29 14:17 신고

    잔디 깍기 부모라는 말도 있네요.
    최근 미국 명문대 자살과 관련되어서 나온 이야기 인듯 한데요.
    참고 해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http://m.media.daum.net/m/media/world/newsview/20150728200010457

    • BlogIcon 꽃다운친구들 2015.08.07 15:29 신고

      감사! 엄마들 치맛바람은 세계적 추세인가보네요 ;; 별별맘들이 넘쳐납니다. 잔디깍기맘에 관련된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님 글도 읽게 되었어요.http://www.huffingtonpost.kr/joonkoo-lee/story_b_7908616.html 치맛바람 아닌' 치마태풍'이라는 표현을 이글에서 처음 봤습니다.^^;;

  3. BlogIcon 김미희 2015.08.06 07:55 신고

    정말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요즘 양육방식이 그 사람의 가치관을 오롯이 드러내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 .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군요. 노력해야겠습니다.;;^^

    • BlogIcon 꽃다운친구들 2015.08.07 15:35 신고

      아이기르면서 숨겨져있던 내 진짜 모습을 보게 될 때 당황스럽더라구요. 부끄럽고 미안할 때가 많지만, 나중에라도 그게 부끄러운 줄 알고 미안한 일인 줄 안다는 건 성장의 시작이라고 나를 애써 다독이기도 한답니다.^^

  4. BlogIcon 꽃하님다님 2015.08.27 09:54 신고

    저를 되돌아 보게 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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