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돌아보니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했지 싶을 정도로 열심히 제주도를 느낀 하루였어요! 그 중간에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데서 발견되는 것 아닐까요?!


제주도의 매력에 빠져 오랜시간 제주도의 산들을 사진으로 남긴 김영갑 선생님의 갤러리를 방문했습니다. 아담한 폐교가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갤러리 안에서는 공간과 사진이 주는 여운에 깊이 잠겼던 꽃치너들, 정원에서는 9월의 햇살을 받으며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제주여행 2일차를 시작해봅니다. 


필터 적용 안한 원본 사진. 대박이죵.


섭지코지로 이동해 좀 더 제주의 자연에 빠져봅니다. 어디를 찍어도 화보가 되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걷습니다.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걸으니 반짝이는 물결을 만드는 파도, 풀숲에 숨어 있는 메뚜기와 무당벌레,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친구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이것이 바로 평화로구나~






컨셉사진도 빠질 수 없다

목을 축이러 들어선 작은 카페에서 오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삼삼오오 음료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분이 말을 겁니다. "학생들, 여행왔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거시길래 한 두마디 대답을 하다보니 어느덧 촬영되고 있다?! 알고보니 감귤을 주제로 한 이색디저트를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을 촬영 중이신 PD님이셨어요. 잠시 당황했지만 곧 재미를 느낀 몇몇 꽃치너들이 카메라 앞에서 끼를 뽐냈답니다. 귤모찌를 한 번 베어물고는 내뱉은 예담이의 명언 "음~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맛이에요~" 과연 TV에 나올 수 있을까요? ㅎㅎ


피디님 저 꼭 좀 나오게 해주세요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는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는 곳입니다. 바로 제주4.3평화공원이에요. 제주도에는 아름다운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도망가지도 못하는 제주도민들이 고립되어 광복 이후 혼란했던 정치상황에서 많은 무고한 이들이 희생당한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아직도 많은 제주도민들은 이 상처로 인한 직간접적인 아픔을 겪고 있어요. 아마 이 곳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4.3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꽃치너들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죠. 어떤 지역을 방문할 때 자연과 놀거리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 지역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아주 뜻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마을에서 피해를 당했다니



덤. 숙소에서 카드게임을 하며 '고등학자' 프로젝트가 EBS에 나오는 것을 다함께 시청! 꽃치너들은 어디에 나오려나~



신비의 섬 제주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이죠. 외국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제주도를 안가봤으면 한국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먹거리로 유명한 여행지입니다. 그래서, 꽃다운친구들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마지막 국내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꽃다운친구들의 여행에는 일반 수학여행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꽃치니들이 직접 기획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강원도 여행과 강화도 캠핑 때도 함께 일정을 짜고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준비물도 직접 챙겼었죠.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도 꽃치니들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여행 스케쥴이 확정된 이후에는 각자 여행지에 대한 조사를 해와서 여행지에 도착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답니다. 친구들이 설명을 해주니 좀 더 마음에 잘 와닿고, 특별히 내가 조사한 내용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며 여행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왠열. 우리가 여행을 하는 기간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가 떴습니다. 제발 예보가 바뀌길 바라며 매일같이 기상청 홈페이지(심지어 외국 홈페이지까지도..)를 들락거렸지만 결국 비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게 되었어요. 지난 강화도 캠핑 때도 비가 와서 비 맞으면서 텐트치고, 텐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며 잠을 청했었는데 이번에도 비가오다니 ㅠ ㅠ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비가 오는게 200% 확실한 날에는 주로 실내를 둘러볼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조금이라도 해가 날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부슬비를 좀 맞더라도 열심히 돌아다녀보기로 했습니다. 과연 실제 여행은 어땠을까요? ㅎㅎ 



Mission 1. 각자 알아서 김포공항으로 집합하기

- 파주부터 오산까지 널리 흩어져서 살고 있는 꽃치니들이 과연 알아서 김포공항까지 제 시간에 올 수 있었을까요? 평소 지각을 자주 하던 친구들도?! 정답은 모두 제시간에 모였다입니다~~ 역시 놀러가는 날은 새벽 6시부터 막 눈이 떠지고 그렇죠~~




Mission 2. 가을바다 입수

- 이건 미션이라기 보다는.. 여름은 지났지만 제주도에 왔으니 바다는 한 번 보러 가는게 좋겠고, 보러 갔더니 발은 담구고 가야지 싶었고, 발만 담궜을 뿐인데 내 몸까지 어느새 바다에 들어와 있고.. 나만 빠질 순 없지 하며 몇 명 더 끌고 들어왔을 뿐이고.. 기왕 빠진거 실컷 놀고 나왔더니 이미 여름이 지나서 샤워실은 운영을 안할 뿐이고.. 하아... 결국 제주도민 스타일로 대충 엉덩이에 수건 깔고 차타고 숙소까지 와서 씻었다는 사실 ^^ 


Mission 3. 1년 뒤의 나에게 편지쓰기

- 올레7코스 중간에 위치한 속골이라는 마을에는 1년 뒤에 편지를 보내주는 우체통이 있다고 합니다. 2일차에 올레7코스를 걸을 예정이기 때문에 첫날 밤에 각자 1년 뒤의 자기자신에게 편지를 썼어요. 꽃친이 또 놀 땐 정신없이 놀아도 진지할 땐 사뭇 진지하다는 사실. 1년 뒤 우리는 다들 어디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그리고 1년전의 내가 나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 


Mission 4. 올레길 걷기

- 꽃친이 선택한 올레길은 7코스입니다. 서귀포에 있는 외돌개에서 시작하여 강정마을을 지나가는 코스이고 걷기에 어렵지 않고 바다경치가 아름다워서 인기가 많은 코스이지요. 코스 전체를 걷지는 못했지만 햇빛도 나면서 비도 오는 이상한 날씨를 극복하고 누군가는 바다를 감상하며, 누군가는 친구와 재잘대며, 누군가는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제주의 자연을 마음 깊이 담아왔답니다. 


Mission 5. 강정이 뭐마씸? 먹는거 마씸?

- 올레길 7코스 중간에는 강정마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강정마을에 멈춰섰습니다. 뉴스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잘 몰랐기 때문에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싶었어요.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께 미리 연락을 드려서 안내를 부탁드렸습니다. 제주의 몇 안되는 맑고 풍부한 물이 흐르는 강정천을 따라 불과 몇년 전까지 넉넉하고 아름다운 구럼비바위가 있었던 자리에 건설된 해군기지도 먼 발치에서 보았습니다. 해군기지 정문으로 가니 군인들과 사설경비인들이 지키고 서 있어서 눈을 마주치기도 무서웠는데 평화활동가들은 이 곳에서 밥도 먹고 책 낭독도 하고 춤도 춘다고 합니다. 환경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려고 한 힘없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 곳에 있다는 것을 역사는 기억해줄까요?


Mission 6. 비오는 제주도 추천코스!

- 네, 일기예보 비가 왔습니다. 많이 왔어요. 애초 계획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을 가는 것이었지만 도착해보니 단체 관광객이 너무 많습니다.. ㅠ ㅠ 그래서 발길을 돌린 곳은 제주도립미술관입니다.(만장일치로 북적이는 컴퓨터박물관보다 여유있는 미술관을 선택했습니다.) 마침 저희가 간 날이 마지막 수요일이어서 무료 입장! 올레! 우리나라 근대화가라곤 김수근, 이중섭 밖에 몰랐는데 연해주 출신으로 러시아의 미술대학 교수까지 지낸 실력있는 화가 '변월룡'의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상설전도 좋았어요. 제주도립미술관, 추천합니다! :-) 

다음은 제주4.3평화공원으로 갔습니다. 4.3사건 역시 제주도민이 아니면 잘 모르는 사건이죠. 해방 이후 통일한국정부수립을 위해 그 어느 지역 보다도 주체적으로 움직였던 제주도민들이 정치, 군사적 이해관계에 의해 빨갱이로 내몰려 대량학살을 당한 비참한 사건입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잘 쓰면 이로운 것이지만 잘못 쓰면 너무나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진실이 밝혀지기 까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기록하고 자료를 모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60년전의 비극으로 인한 무거운 마음을 날려보내기도 전, 이번엔 3년전의 비극을 마주하러 갔습니다. 제주로 향하던 배를 타고 가다가 원인모를 침몰로 목숨을 잃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공간, 그리고 원인이 밝혀지고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질 때까지 우리가 이 일을 잊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공간이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바로 4.3 reborn 기억공간입니다. 크지 않은 공간 안에 관련된 책, 방문객들이 두고간 꽃, 편지를 적은 종이로 만든 노란 배들,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알려주는 사진전시 등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한 활동가분과 세월호 희생자 아버지와 함께 이야기를 좀 나누고 노란종이에 편지를 써서 종이배를 접어두고 나왔습니다. 비 오는 제주도가 많이 서글퍼 보였습니다. 


Mission 7. 비바람 속의 우도

- 에메랄드 빛 바다~ 새하얀 산호해수욕장~ 스릴 넘치는 제트보트~ 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아아.. 야속한 비바람이여. 그래도 배가 뜨긴 뜬다기에 우도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평소보다 2~3배는 더 넘실대는 파도 때문에 우도로 가는 배가 거의 제트보트 수준의 꿀잼이었던 것은 안 비밀 ㅋ 서빈백사에서도 우도봉에서도 우아하게 경치를 즐기기 보다는 우산 뒤집어지고, 머리 헝클어지고, 여행보다는 사투에 가까운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마냥 재밌었던 이유는 뭘까요? ^^ 





Mission 8. 제주도에서 나누는 꽃다운대화

- 꽃친 활동도 슬슬 3/4지점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방학은 어떤 의미였는지, 남은 3개월과 내년의 계획은 무엇인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평소에는 바빠서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기도 할 시간이 별로 없는데 여행을 오면 함께 있을 시간이 많아지니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Mission 9. 매일매일 여행일기 쓰기

- 그 날 그 날 있었던 일, 내가 느꼈던 것, 생각나는 것들을 적었습니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만 들리면 20여분의 그 시간들. 기억은 금새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내 손으로 꼭꼭 눌러쓴 기억들은 1년 뒤, 5년 뒤, 10년 뒤 들춰볼 때마다 새로운 기억으로 다가오겠죠?


이렇게 또 3박4일의 여행을 마치고 즐거운 추억을 한아름 안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 모두를 좀 더 깊게 느낀 기분이 듭니다. 다른 어떤 곳을 가더라도 그 곳의 자연,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아온 삶에 관심을 가진다면 한 번의 여행이 몇년의 공부에 버금가는 배움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재밌고! 여유롭고! 맛있는 배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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